칼럼

이 세상에 하나뿐인 어머니

by 서헌주목사 posted May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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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평생을 농사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이제 80이 넘으셨습니다. 지금도 과수원 일을 하시는데 매년 기력이 다르다고 하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서울에서 아들과 함께 사시던 할머니가 거동이 힘들어 지니까 딸인 어머니에게 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인 나에게 장판 밑에 모아둔 용돈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고령으로 몸이 굳어 가면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셨습니다. 벽에 똥칠하도록 산다는 말이 있는데 할머니가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할머니 수발을 하시면서 대소변을 가려 주셨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어른 기저귀도 없었습니다. 그 일을 하시면서도 몸이 굳어가는 할머니를 보면 건강을 걱정하셨습니다.

  

 청년 시절 할머니 방 청소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똥칠을 했고 그것을 닦아 낼 때면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청소를 할 때 농 뒤에 감추어진 똥을 보면 화가 나고 청소하기는 더 힘들었습니다. 그때 할머니 팔을 쥐어 박으면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할머니! 감추지 마...감추면 청소하기 더 힘들어”   할머니는 노년을 그렇게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농 뒤로 똥을 감추시는 할머니!   그때는 화가 나고 야속했는데 지금 할머니를 생각하면  깨닫는 마음이 있습니다. “할머니도 여자였구나. 당신의 모습이 창피해서 부끄러운 흔적은 감추고 싶어 하셨구나... ”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수발하시던 어머니는 이제 80이 넘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형님과 함께 사시는데 노년 인생사 어머니를 생각하면 찾아오는 마음이 있습니다.  고마움과 미안함... 안타까움... 죄스러움... 

인생은 노년이 되면 자녀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도 듭니다. “어른으로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평생을 자녀위해 사셨는데..  자녀는 어른 눈치를 보지 않는데...   모든 것을 자녀에게 주시고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당신....  그대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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