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로 설교를 준비하면서 경험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내 심령에 말씀을 주옵소서!”
설교를 준비할 때 말씀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지성이 열리고 가슴이 살아납니다. 그런데 말씀을 만날 때 항상 그런 은혜만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을 통해 만나는 어떤 외로움이 있습니다. 말씀은 힘과 용기를 주면서 또한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서 목회 실습시간에 강사로 오신 목사님은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목사로 외롭다. 외로움을 경험한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목사님은 교회도 크고 동역자도 많은데 외롭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은 외로울 수 있지만 큰 교회 목사님이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것은 책임지는 사람의 외로움입니다.
부목사로 사역을 할 때입니다. 교회에서 격월지 신문 ‘미리내’를 발행했습니다. 나는 편집자로 신문이 나올 즈음에는 쉬는 날이 없었습니다. 온갖 에너지를 쏟아내고 신문이 나오면 또 하나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문을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대부분을 관심과 조언으로 듣지만 나만의 외로움은 있었습니다. 신문을 만들 때 그것에 대해서 말하는 분들은 많아도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나만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이 버거웠고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믿음은 생각이나 의견이 아니라 책임지는 과정에서 성장합니다. 책임지는 과정에서 훈련과 연단을 받고 믿음은 성숙해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씀을 만나는 것은 큰 은혜입니다. 하지만 은혜는 책임지는 삶을 요구합니다. 기도하면서 말씀을 만나고 그래서 경험하는 책임이라면.... 여기에는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믿음은 외롭지만 책임지는 과정에서 연단을 받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합니다.
- 서헌주 목사